작년 10월 중순에 아들램 하나 출산하고, 조리원에서 돌아와 얼추 몸 추스르고 12월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엔클렉스... 신생아를 돌보면서 시험공부를 하기란 정말 말도 안 되는 여정이었습니다. 이런 저를 지원해주기 위해 과감하게 3개월 육아휴직을 쓰고 독박육아를 감행해준 남편에게 너무나 고맙고, 먼저 이화 엔클렉스를 통해 합격의 문을 열고 조언을 아끼지 않아준 언니Y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언니Y의 조언대로 이화예상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었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집중하는 편이었기에 시험을 장기간 질질 끌었다간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 2달 여유를 가지고 들었어야 할 예상문제풀이강의를 한달만에 100강의를 들었습니다. 예상문제풀이강의를 진행해주신 김보경, 나은미, 김경희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대만 시험장은 대만시청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찾을 수 있고, 인터넷에서 후기를 통해 시험장 바로 앞에 ㅊㅋㅇ 호텔이 있다 하여 예약했습니다. 대만 호텔들은 창문이 아주 없는 호텔들도 있다하여, 미리 호텔에 '창문 있는 방'을 요청했더니 아주 시험장 뷰로 큰 창이 있는 방을 배정해주었습니다. 방에는 책상도 있어 체크인 후부터는 일전에 배웠던 내용들을 복습했고, 다음 날 아침 8시 시험장 예약을 해두어 7시 30분까지 시험장에 입실했습니다.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시험장이 매우 춥다는 후기를 읽고 바람막이를 가져갔었는데, 컨닝 위험이 있다며 못가지고 들어가게 했습니다.
시험장은 몹시, 매우 냉방이 잘 돌아가고 있었고, 평소 시험문제를 빨리 푸는 편이었기에 2시간 못 되었을 때 85문제를 풀었습니다만, 저에게 합격점수를 주기에는 뭔가 애매했던지 문제가 계속 주어졌고, 시험 직전까지도 인체시계를 8시에 맞추지 못했던 저는 엄습해오는 졸음과 추위와의 사투를 벌이며 문제를 풀어가야만 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추웠고,,, 평소에 열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긴장과 졸음에 고통받고 있어 손 끝이 끝도 없이 차가워졌습니다. 중간중간에 쉬지 않겠냐는 안내창이 나왔지만 잠깐 어설프게 쉬면 집중력이 떨어질 것 같아 150문제를 모두 풀기까지 4시간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85문제까지는 처음 보는 문제들도 많이 나왔고, 문제도 무척 골고루 나왔습니다. 어느 한 곳 치우치지 않았달까요,, 130번 문제를 넘어갈때 즈음엔 너무너무 지쳐서 그대로 시험이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50문제를 모두 풀고 시험장 밖으로 나왔을 때, 저는 말 그대로 '망했다'라는 말 말고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85번이 넘어가자 문제 난이도가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스스로도 답을 자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합격/불합격의 어느 경계를 헤매고 있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고 그저 골방에 갇혀 지냈던 지난 몇 개월이 떠오르며, 독박육아를 감행해준 남편과 엄마의 손길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다른것보다 다시 또 그짓을 반복해야한다는 것이 절망적이었고, 아주 시험을 다시는 치지 않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이틀 뒤 퀵리절트를 통해 결과를 확인했을 때, 저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떨어졌다고 생각했기에 더 큰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김보경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엔클렉스는 저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문제를 야금야금 계속 던져주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남편의 총 육아휴직 3개월 중 2개월을 공부에 사용했기에, 남은 1달은 오직 노는 데만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행복하고 즐겁네요!!
10월 중순에 C/S로 출산을 하고 조리원에서 2주를 지낸 후 집으로 돌아와 이모님, 남편, 저 3교대로 돌아가며 신생아를 돌보고 나니, 얼추 정신이 들었을 때가 12월 즈음이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동안 가볍게 엔클렉스 준비나 해볼까, 라고 출산 전에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었는데 출산을 하며 생각보다 육체적 정신적 타격이 큰데다 신생아 케어가 쉽지 않아 공부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공부는 언제 시작할거나며 진지하게 미국 이민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어서 엔클렉스 공부를 시작하라고 닥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은 아기 케어를 해주겠다고 하면서요.
사족이 길었습니다만 그렇게 저는 12월 중순 어느 추운 겨울날, 골방에 갇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저는 의료용어는 임상 1년 6개월동안 주워들은 것 밖에는 아는 것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2번째 대학으로 간호대를 편입했던 저는 의료용어의 중요성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익힐 것이 너무 많았기에 항상 의료용어 점수는 낙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12월에는 의료용어를 눈에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퀴ㅈㄹ'이라는 단어암기 사이트를 통해 ㅎㅍㅋㅍㅅ에서 구매한 의료용어를 하루에 200개씩 암기했습니다. 어짜피 시험은 스펠링 하나하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므로, 눈에 익히는 정도로만 하루에 2~3시간 정도 했는데, 퀴ㅈㄹ은 유료이긴 하지만 단어 발음을 같이 익힐 수 있어 난해한 의료용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월부터는 ㅇㅇㄷ를 통해 공부했습니다. 늦깎이 편입생이었던 저는 졸업한 지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론을 어렴풋이나마 잊지 않고 있었고, ㅇㅇㄷ 문제를 풀며 의료용어 및 영어로 된 문장들을 익히고자 했습니다. 당시엔 남편이 퇴근을 해야 아들을 바톤터치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몸의 모든 관절이 꼭 늘어진 실로 이어진 상태 같은지라 도저히 아기를 혼자 씻길 수 없어서, 남편 퇴근 후 아기를 씻기고 남편도 씻고, 저도 씻고 하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9시가 넘어야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새벽2~3시까지 공부를 하는 것이, 오롯이 저 혼자 무언가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추운 밤 담요를 둘러싸매고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문제를 풀던 시간이 문득 그립네요(다신 하고 싶지 않지만ㅎㅎ). 당시엔 영어 문장도, 용어도 모두 낯설 때라 문제 하나, 하나 푸는데 참 오래걸렸습니다. 한달 동안 계통별로 성인부터 1000문제 정도 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2월이 되었을 때, 저는 벌써 지쳐버렸습니다. 신생아를 돌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고, 일을 하고 돌아온 남편도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라 도저히 아이를 못 보겠다며 그대로 자버리는 날들이 생겨났고, 본인도 힘든지라 점점 아이를 바톤터치 받는 시간도 뒤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겸사겸사 그 핑계로 저도 공부하지 않는 날들이 생겨났고, 다음 날 일정이 있거나 하면 일찍 자야한다는 핑계로 아주 놀아버렸네요.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먼저 합격한 언니Y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언니Y는 이화정규과목과 예상문제풀이강의를 수강했었는데, 예상문제풀이강의는 꼭꼭 들어야 하며 남편이 휴직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3월 중순부터 3개월간 저를 서포트해주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정말 눈 뜨면 책상에 앉고, 새벽 1시까지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육아를 돕기 위해 착출되어야 했지만 막판 2주는 남편이 오롯이 독박을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이유식(!)까지 남편이 직접 만들어서 아기에게 주기까지..!
그러는 사이 엔클렉스 시험 접수도 느리지만 진행은 되었고, 저는 남편의 휴직이 끝나는 5월에 시험을 칠지, 아니면 조금 빠듯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공부를 하는 저의 특성을 살려 4월에 시험을 칠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칠거, 빨리 자유가 되고 싶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4월 중순에 대만에서 시험을 치는 일정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월 말까지는 ㅇㅇㄷ로 성인, 아동, 모성, 약물을 대략 2000문제정도 풀었고, 이즈음 다시 언니Y와 통화하자 지금 그럴때가 아니라 예상문제풀이강의를 반드시 들어야한다는 조언을 듣고 문제풀기를 중단한 후, 예상문제풀이강의에 올인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는 3월 중순부터 결제했지만, 본격적으로 들었던 것은 4월이 되면서부터였네요. 저는 강사별로 강의를 들었는데, 처음에 김보경 선생님 강의가 꼼꼼한 편이셔서 2배속으로 듣기는 조금 힘들고, 강의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다 보니 초반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나은미, 김경희 선생님 강의를 2배속으로 들었습니다. 정말 막판엔 하루에 강의를 10개씩 몰아 듣게 되었습니다. 시험이 4월 중순이라 강의 20개는 과감히 포기했습니다ㅎㅎㅎ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거든요...ㅠㅠ 그리고 초반에 정지시간도 시간이 삭감되는 줄 모르고, 정지해놓은 상태로 남편이 육아 중 SOS를 치면 달려가 애를 봐주다가 눌러 앉고 하다보니 이것도 시간을 참 많이 까먹었습니다^^;; 중간에 눈치채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몇시간 안 남긴 했지만 필요한 강의만큼 다 듣긴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예상문제풀이강의는 시험문제 출제의 방향성, 유사한 문제가 있을 시 답의 우선순위를 삼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주어 좋았습니다. 이론도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ㅇㅇㄷ로 의료용어나 이론을 익히긴 했지만 한번 더 정리한 내용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임상 경력이 모두 엄청나신 분들이라 저같이 경력이 얼마 안 되는 간호사가 듣기에 유익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미국의 임상 환경도 풀어주시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12월에 의용2000단어 ㅋㅈㄹ, 1~3월 ㅇㅇㄷ 성인, 아동, 모성 및 모의고사 전체돌리기 총 2000문제, 3월 중순~4월 중순 이화엔클렉스 예상문제풀이강의 100강을 듣고 4월 중순 대만에서 시험을 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졸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예상문제풀이강의만 듣긴 했는데, 강사분들께서 임상 얘기도 해주시고, 전체적으로 이론 리뷰도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문제 출제 유형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도 되었고, 혹여 리뷰되지 않았던 문제가 나왔을 때에도 답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을 익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제를 풀다가 의욕이 사라지려 할 때면 합격후기를 보며 다시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든든했고,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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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고 바로 공부하기 힘드셨을텐데 고생 많으셨어요ㅠㅠ! 합격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이렇게 고생스럽게 열심이셨는데 합격이 아니면 이상하죠 축하합니다